임금 협상 위해 뭉치고, 회사 현안에 목소리 내고…판교 IT 회사 노조들이 떠들썩한 까닭은 본문
팬데믹 후 불공정 성과 배분에 불만 쌓여
"성과급 배분, 근로 여건 등에 공동 대응"
경기 성남시 판교의 정보기술(IT) 및 게임 기업 노동조합들이 일해서 얻은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 받겠다는 목표로 내년 임금 협상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IT·게임 분야에는 호재로 작용하면서 대다수 기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경영진이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는 불만 등이 쌓이면서 직원들이 똘똘 뭉쳐 힘을 키우는 모습이다.
"네이버·카카오·넥슨 등 임금 연대 협상"
7일 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내 IT 위원회는 내년 임금 교섭을 'IT 임금 협약 연대'로 진행한다. 연대에는 네이버·카카오·넥슨·스마일게이트·엔씨소프트·웹젠·한글과컴퓨터 등 7개 지회가 참여한다.
교섭 목표는 공정한 성과 배분과 인사평가다. IT 기업은 개인의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연봉 인상률과 성과급 액수 등을 정하지만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불만이 있다. 특히 '소수 경영진'이 매년 성과 배분을 위한 재원을 얼마나 책정할 것인지, 결정된 재원을 개인에게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결과적으로 소수 경영진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IT 노조는 성과급 배분, 근로 여건 등 공통 이슈에 대해선 공동 대응하는 산업별 교섭(산별 교섭)에 나선다. 공공성이 짙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확대 등을 요구하며 공동 교섭에 나선 사례가 있지만 일반 기업들이 함께 손잡고 임금 교섭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화학섬유식품노조에서 IT분야를 맡고 있는 오세윤 부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각 기업별 성과 배분 시스템이 달라 아직 단일한 시스템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연대를 통해 IT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주춧돌을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나서자 움찔한 카카오… NHN도 노조 결성 움직임
최근 들어 IT 노조의 활동 폭도 넓어지고 있다. 경영진 비리와 도덕적 해이 등으로 노사 갈등이 격화된 카카오의 경우 노조가 경영 쇄신 과정에 직원들을 참여시켜 달라고 요구 중이다. 이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노조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던 IT 업계에서 노조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이례적이다. 올해 들어서만 엔씨소프트, 구글코리아에 노조가 새로 설립됐다. '한게임'·'페이코(PAYCO)' 등을 운영하는 NHN도 최근 노조 결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용한 노조'로 불렸던 IT 기업 노조들이 뭉치게 된 배경은 뭘까. 팬데믹 이후 IT 업계가 급성장하면서 분사, 인수, 합병, 조직 개편 이슈가 구성원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성과 배분도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쌓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보상 체계 아래에서 경영진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해 거액을 챙기고 일반 직원들은 경영 실패에 따라 희망퇴직을 해야 하는 사례가 쌓이고 있다"며 "IT 산업이 커진 만큼 불공정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출처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12071406000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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