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게임 무노조 사업장 76%, 포괄임금제로 인한 장시간 노동에 신음 본문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무노조 사업장 대상 설문조사 진행 결과 발표
포괄임금제 사업장 대부분 장시간 노동, 절반은 ‘심각’ 경보
정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으로 과로사, ‘과로자살’ 우려
오세윤 IT위원장(네이버지회장) “‘크런치 모드 확대 정책' 철회 촉구”
“일한 만큼 주지 않고 굴려 먹는 시스템”
“결국 임금 줄이고 장시간 노동하게 만드는 제도”
“일정이 급하면 두 달이고 세 달이고 주말 없이 야근을 하는데, 07시부터 막차가 끊기기 직전(코로나 대유행 시점 22시~24시 사이)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같은 일정을 반복한 적이 많다”
“크런치 기간이라고 일일 13시간 근무를 4주 연속한 적 있습니다. 살려주십쇼”
- IT·게임 업계 노동자들이 '포괄임금제로 인한 폐해 및 장시간 노동'에 관해 제출한 의견들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오늘(6일) IT·게임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포괄임금제 및 장시간 노동 관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T위원회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 결과, 111곳 중 84개 회사(76%)에서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었고, 이 중 74개 회사(88%)에서 장시간 노동(74개 중 39개 회사는 ‘심각’)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선 2월 13일 고용노동부는 IT기업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포괄임금 오남용, 공짜야근 안됩니다”라고 선언했고, 오늘(6일)은 “포괄임금 오남용이 많이 제기되는 IT·사무관리·금융·방송통신 직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기획감독을 실시한다”고도 밝혔다.
포괄임금제는 근무 형태나 업무 성질상 추가 근무수당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경우 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하는 계약 형태다.
IT위원회는 “포괄임금제 하에서는 사용자가 초과 노동에 대한 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기에 노동시간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시간을 줄여야 할 이유도 없고, 줄일 기준조차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했다. 때문에 “초장시간 노동으로 유명한 대한민국 노동시간 통계에서도, 사실상 장시간 노동이 가장 심한 IT·게임 업계의 노동시간은 현실만큼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국 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위(2,136시간)를 차지했고, 작년에는 5위(1,915시간)로 여전히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평균 노동시간은 1,716시간이었다. 한국 노동자들은 OECD 평균보다 200시간 가까이 많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한국 노동시간 10년간 221시간 줄었지만…중남미 제외하고는 여전히 ‘최고’)
IT위원회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판교의 오징어잡이배'가 IT·게임 업계의 노동현실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될 만큼, 장시간 노동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과로사, 과로자살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이 반복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실태조사에서 보듯, 주52시간 상한제를 시행했음에도 여전히 IT노동자들은 포괄임금제로 인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IT위원회는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에 포괄임금제 문제를 설명하고 개선될 수 있도록 활동할 것이라 밝혔다.
오세윤 IT위원장(네이버지회장)은 “69시간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이번 (노동시간 개편 방안) 발표는 결국 특정 기간 초장시간 노동, 즉 크런치 모드를 전 산업에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크런치 모드는 노동자의 건강에 치명적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이미 건강을 해친 후 몰아서 쉰다고 해서 건강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에서 추진하는 ‘크런치 모드 확대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크런치 모드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IT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 밝혔다.
노동과세계 이재준 기자
출처 :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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