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조왔숑!” 카카오노조는 오늘도 뛴다, ‘격차 해소’ 위해 본문

뉴스

“노조왔숑!” 카카오노조는 오늘도 뛴다, ‘격차 해소’ 위해

krewunion_ 2023. 6. 2. 14:36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승욱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지회장의 별명은 ‘한국에서 가장 교섭을 많이 하는 노조위원장’이다. 크루유니언에는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뱅크, 택시 호출·대리운전·렌터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 모니터링·고객지원(CS)을 담당하는 케이앤웍스 등 크고 작은 14개 계열사 직원들도 가입해 있기 때문이다.

서 지회장은 그 가운데 9곳의 교섭에 참여한다. 하루에 많으면 3번, 연간 100회 이상 교섭하느라 매일 동분서주다.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기획자 직군으로 입사한 서 지회장은 2018년 10월 노조 출범 때부터 지회장을 맡고 있다. 적극적인 활동 덕에 노조는 지난 1월 기준 조합원 1900여명을 기록할 만큼 꾸준히 성장 중이다.

 

대기업인 본사 직원들의 이익만 신경쓸 수도 있었을 텐데, 왜 다른 계열사의 일까지 도울까? 서 지회장은 “전체가 함께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누구는 임금도 높고 안정적이지만 누군가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면 결국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카카오노조의 바쁜 교섭은 개별 사업장의 벽을 넘어 격차를 해소하는 일종의 ‘연대’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사무실의 모습. 권도현 기자

 

크루유니언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것이라고 본다. 노조할 권리도 마찬가지다. 노조란 노동조건이 열악한 곳에서 결성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회사 규모나 상황에 관계없이 보장돼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관점이다.

그런 보편적 권리를 많은 노동자들이 아직도 누리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이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생각하는 ‘노조’는 무엇이길래,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계열사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동분서주할까.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 판교 크루유니언 사무실에서 서 지회장과 이흥열 사무국장을 만났다.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왼쪽)과 이흥열 사무국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꼭 위기여야만 노조 생기는 건 아냐…당연한 권리”

- 노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서 지회장) 카카오는 원래 수평적 문화와 소통을 강조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업이 성장하고 여러 변동을 겪으며 소통이 줄어들었다. 사업부문을 분사해 확장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리를 옮기게 되는 일이 잦았다. 명함을 새로 찍으면 또 옮기는 수준이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웠고, IT업계 장시간 노동과 포괄임금제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 노사협의회가 있었지만 협의 횟수도 적었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자체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느꼈다. 노사협 구성원들이 노조 결성의 주축이 됐다.”

 

- 흔히 노조는 ‘억눌린 것이 폭발하듯’ 조직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경우는 아닌 듯하다.

“(서 지회장) 노조는 위기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조가 결성될 당시 뭐 때문에 만들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때도 ‘노조는 당연히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사무실의 모습. 권도현 기자

 

크루유니언 등 IT노조들이 출범하던 2018년 당시 ‘개인주의적인 개발자’들이 노조를 만들 수 있겠냐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크루유니언은 설립선언문에서 “IT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것은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탄력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한 고용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이 뭉치기 어려운 것은 노동자의 문제보다는 외부 환경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공동의 문제에 공감한다면 노조는 언제 어디서나 만들어질 수 있는 “지극히 합법적인 공동체”라는 게 크루유니언의 생각이다.

 

- 노조는 어떤 것들을 개선했나.

“(서 지회장) 우선 9개 계열사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육아휴직을 확대한 건 전체 IT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문제도 신경을 많이 쓴다. 예를 들면 대표의 스톡옵션 매도를 제한하는 규정을 노사가 합의해 만들었다.”

“(이 사무국장) 수년간 노조활동을 하면서 굵직한 개선 사례가 있을 때마다 조합원이 꾸준히 늘었다. 재택근무 폐지 때문에 조합원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요즘 부쩍 체감하는 노조 가입 유인은 ‘정보’다. 노조에 가입하면 회사 돌아가는 소식을 알고, 임금이나 단체협약에 문제가 있거나 궁금한 게 있을 때 정보를 알 수 있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이 카카오 법인과 맺은 첫 단체협약 내용 홍보물. 크루유니언 제공

 

MZ세대? 개인화?…“세대 문제가 아니라 시대 문제”

- 상급단체를 민주노총으로 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서 지회장) 일단 IT기업들이 모여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포괄임금제는 개별 기업이 아니라 업계 전체의 문제라서 우리끼리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같이 할 수 있는 단체나 조직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고, 당시 막 생겼던 네이버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와 교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섬식품노조에 들어가게 됐다.”

 

- 크루 유니언은 조합원 평균연령이 35세일 만큼 청년 조합원이 많은 조직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세대가 상급단체나 기존 노조에 거부감이 있다고 하는데, 민주노총 가입에 어려움은 없었나.

“(이 사무국장) 우리는 청년 조합원들이 기존 노조에 부정적이라는 걸 전혀 못 느낀다. 오히려 이런 생각도 한다. 저는 1970년대생이고 ‘까라면 까는’ 게 덕목으로 여겨지던 세대였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그렇지 않고, 오히려 우리(노조의) 활동이 그들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흥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사무국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 지회장) 세대를 구분하는 세대론에 공감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제기하는 이슈들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공동체적 활동에 대한 욕구는 지금 시대에도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개인주의화됐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사회에 공동체가 필요없는 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 해도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수는 없다. 명확히 조직과 집단에 근거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회사의 경우 그 조직은 ‘노조’다.”

계열사들 문제도 앞장서 챙겨…“함께해야 더 큰 변화”

‘공동체’를 강조하는 크루유니언은 본사를 넘어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의 교섭에도 적극 나선다. 크루유니언은 홈페이지에서 “크루유니언은 서로 힘을 합치면 합칠수록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고, 모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 활동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 계열사까지 포괄하는 교섭방식은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서 지회장) 카카오는 본사 내부나 계열사 간 협업이 활성화돼 있다. 하나의 서비스가 있다면 개발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고객센터처럼 고객을 상대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선 고객을 만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저임금으로 분리한다. 누군 쉬고 누군 안 쉬고, 누군 야근하고 택시 타고 누군 택시비 없어서 못 가고, 누군 밥을 편히 먹지만 누군 (시간·비용의) 제한을 갖고 먹는 게 맞냐는 고민이 생겼다. 같이 일하면 쉴 때도 같이 쉬고 비슷한 환경이어야 한다. 정부가 말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점은 결국 노동시장의 왜곡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은 인상률이 낮고 상위의 임금이 높아지면 채용시장이 바뀐다. 정규직 TO(정원)가 동결되고, 비정규직 TO는 풍선효과처럼 늘어난다. 이런 ‘이중구조’가 그룹 내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크루유니언은 그런 계열사들이 최저임금을 벗어날 수 있게 도왔다. 전체의 ‘파이프라인’이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런 교섭은 어떻게 진행하나.

“(서 지회장) 산별교섭처럼 지회 내부에서도 ‘대각선 교섭(산별노조 등 초기업노조가 개별 기업 사용자와 교섭하는 것)’을 한다. 법인별 요구 외의 ‘공통요구’에는 주로 보편적인 권리인 식사, 장소 문제, 휴식권 등이 들어간다. 육아휴직 확대 같은 것도 어느 한 회사의 복지제도가 아니라, 누구나 가져야 할 권리라 생각하고 공동으로 요구한다. 계열사 간 임금격차가 커서 ‘최저임금’도 중요한 공동 요구사항이다.”

“(이 사무국장) 365일 24시간 돌아가는 한 계열사의 야간 및 휴일근무 수당지급의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당시 순환근무를 이유로 휴일근무수당을 인정하지 않았다. 1년 가까이 걸린 교섭 끝에 바꿀 수 있었다.”

서승욱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 지회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정부는 기존 노조들이 ‘노동 약자’를 외면했다고 주장한다. 열악한 계열사까지 교섭하는 노조로서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보나.

“(서 지회장) IT업계는 큰 기업들은 노조가 있지만 90% 이상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고 노조가 없다. 그렇다면 큰 기업의 노조들이 좋은 사례를 만들어냈을 때 전체적으로 확대하는 ‘상향 평준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는 정책과 법을 바꿔서 그걸 지원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전자(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때려서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하향 평준화’가 우려된다.”

 

- 노조활동을 해오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사무국장) 임금과 단체협약이 중요하지만, 조합원과 소통하는 활동도 의미가 있다. 저는 조합원 상담을 담당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픔을 공감했다. 그분들이 저를 찾아올 정도면 사실상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문제 해결도 해결이지만 자신의 고충을 들어줄 상대가 있기를 원한다. 지인이나 가족에게도 못할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분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 노조가 정말 보람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 지회장) 처음엔 문제가 많은 곳에 노조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했다. 직접 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어려운 사업장에 노조가 꼭 필요하다는 관점은 (법·제도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관점과 닿아 있다. 노조는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 더 많아지고 서로 연결돼야 한다. 다만 카카오의 경우 잘 알려진 기업이고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구조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의 대표사례가 아니고 그렇게 돼서도 안 된다고 본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노조를 만들기 어려운 건 맞다. 작은 기업에서 노조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례들이 더 많이 조명돼야 한다.”

카카오노조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홍보 이미지. 크루유니언 제공

 

경향신문 조해람기자
출처 :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03021445001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