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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동료평가 논란이 남긴 질문

크루와 함께 성장하는 krewUnion 2021. 3. 31. 04:18
최근 카카오 직원들이 자사의 인사평가 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동료평가 항목의 한 질문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평가의 목적에 비춰볼 때 해당 문항은 적절한가?

ⓒ시사IN 신선영카카오의 인사평가 제도를 말하는 이흥열 카카오 노조 사무장,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 진창현 엑스엘 리부트 분회장(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2월1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용자의 유서 형식 글이 올라왔다. “지금 삶은 지옥 그 자체다. 내 죽음을 계기로 회사 안의 왕따 문제는 없어졌으면 좋겠다.” 다음 날인 2월18일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이가 ‘용기 내어 폭로합니다.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인사평가 제도 논란으로 이어졌다. “카카오는 평가 결과에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를 수집해 전 직원에게 제공한다. 전사 퍼센테이지(%)와 비교까지 해주며 당신은 바닥이라고 짓누른다.”

 

카카오는 연말마다 동료평가를 실시한다. 직원들이 자신을 평가할 사람을 지정한다. 조직장이 추가로 평가자를 지정해주기도 한다. 여러 평가 항목 중 객관식 항목에 ‘이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선택지는 넷이다.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 ‘상관없다’ ‘다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 ‘판단 불가’. 평가를 받은 당사자는, 동료 중 몇 명이 자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는지 숫자와 비율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전체의 평균 비율도 보여준다. 누가 그런 평가를 했는지, 왜 그런 평가를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동료평가가 곧 최종 평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평가는 조직장이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봉이 결정된다. 동료평가는 조직장이 직원을 평가할 때 참고자료로 쓰인다. 카카오는 직원의 아이디어로 2016년부터 이 문항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당사자에게 공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순히 옆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업무’를 함께 하고 싶은지 묻는 것이며, 다른 문항들과 종합해보면 자신의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회사 전체로 보면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받은 비율이 1%대로 그렇게 높지는 않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항을 포함한 동료평가는, 조직장이 직원을 평가할 때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다. 예컨대 조직장이 평가 대상인 직원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이 직원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동료가 많다면 이를 무시하고 나쁘게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 직원이 해당 문항의 취지나 순기능에 공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블라인드에서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해당 평가에 대한 후속조치는 일절 없이 달랑 숫자만 공개한다. 인간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뜨려서 짓밟는 아주 잔인하고 악마 같은 쓰레기 평가 제도”라고 혹평했다.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의 이흥열 사무장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보라. 주변에 10명이 같이 일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나를 평가했다는 건 확실하다. 여기서 나와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이 2명 있다고 해보자. ‘8명은 나와 일하고 싶어 한다’는 메시지보다는, ‘저 10명 중 2명은 나랑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네’라는 메시지가 더 와닿지 않겠는가? 얼마나 괴롭겠나?”

 

ⓒ블라인드 캡처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카카오는 3월2일 직원 간담회를 연 뒤 해당 문항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해당 문항을 아예 없앨지, 표현을 부드럽게 바꿀지, 당사자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할지 등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논란은 끝났다고 보기 힘들다.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동료평가의 목적에 비춰볼 때 해당 문항이 적절한가? 만약 적절한 문항이라면, 그다음 조치는 소수의 상처받은 직원을 ‘배려’하는 것일 뿐인가?

 

일부 언론은 카카오 인사평가 논란을 전하면서 문항 자체는 일반적이어서 문제가 아니며 전달 방식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같은 IT 기업인 네이버의 지난해 동료평가에도 ‘이 동료와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 같은 문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다른 대기업에도 그렇게 일반적인 평가 문항은 아닌 듯하다. 동료평가 자체가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 한 대기업 직원은 “주로 상사를 평가한다. 간혹 일부 직원을 평가하긴 하는데, 이런 문항은 처음 본다”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건 존중”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구글 등 해외 IT 기업 제도를 무분별하게 들여오다 국내 조직문화와 충돌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구글은 동료평가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그렇다면 구글도 자사 직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할까? 2015년부터 구글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정소예씨는 “구글의 동료평가에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항목은 없다”라고 말했다. 정씨가 보기에 이런 질문은 동료평가 문항으로 부적절하다. 왜 그런가?

 

“동료를 평가하는 이유는 ‘건설적인 피드백(개선 의견)’을 주기 위함이다. ‘너 이거 못했다’ ‘네가 이렇게 해서 힘들었다’ 같은 비판을 하는 대신에, 동료가 더 개선할 수 있는 점을 제안해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다. 동료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호불호를 묻고 그 수치만 알려주는 것은 그 동료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답변을 들을 경우엔 오히려 상처만 될 것 같다. 평가받은 사람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를 추론하고, ‘누가 나와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을까’ 같은 내적 고민을 하게 되는 상황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 팀이나 회사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구글의 성과 평가는 1년에 두 번, 3월과 9월에 이뤄진다. 평가 시즌이 되면 건설적 피드백을 주는 방법에 관한 글이 구글 건물 곳곳에 붙는다고 한다. 먼저 자신이 지난 6개월 동안 이룬 성과를 적어낸 뒤, 함께 일한 동료에게 평가를 신청한다(정씨는 이번 시즌에 총 4명에게 신청했다). 가깝게 일한 동료에게는 상세한 주관식 평가(‘풀 리뷰’)를 실명으로 받는다. 어느 정도 교류가 있던 동료에게는 짧은 객관식 질문으로 구성된 ‘퀵 리뷰’를 익명으로 받으며, ‘임팩트(영향)’ ‘어려움’ ‘리더십’ 등에서 적절한 성과를 냈는지 묻는다. 문항별로 몇 %의 평가자가 어떤 답변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객관식 답은 익명이지만, 마지막에 실명으로 이렇게 답한 이유를 적게 되어 있다. 본인 평가와 동료평가가 끝나면, 각 조직의 매니저(관리자)들이 모여서 조정하는 절차를 거쳐 등급을 부여한다. 매니저마다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는 만큼 형평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결국 중요한 건 존중(respect)이 아닐까.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피드백을 줄 때 상대방도 그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하기로 유명한 넷플릭스는 어떨까? 이 회사에선 피드백이 실명으로 이뤄진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를 분석한 책 〈규칙 없음〉에는 피드백을 줄 때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이 나온다. 첫째, ‘Aim to assist(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는다. 둘째, ‘Actionable(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논란이 된 카카오의 문항은 둘 다에 해당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트위터에서 3년, 에어비앤비에서 4년 동안 개발자로 일했고, 실리콘밸리 기업문화를 다룬 책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를 쓴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도 “일하면서 본 적이 없는 질문이고, 좋은 질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업무와 인격을 잘 구분하지 않는 한국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숫자로만 전달하는 것은 ‘너 싫어,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 평가 때 항상 강조하는 게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Don’t take it personally)’는 것이다. 평가 데이터가 나오면 매니저가 잘 정리해서, 이런 평가가 나온 이유와 개선 방향을 1대 1로 알려주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가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해고가 쉬운 미국과 그렇지 않은 한국은 여러모로 환경도 다르다. 그러나 미국 IT 업계의 실제 현실은 ‘직원들이 서로를 매우 가혹하게 평가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차이가 있다. 한때 직원의 서열을 매겨 하위권을 해고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 성과 등급을 매기는 모든 제도를 폐지했다. 직원들이 서로 협력하기보다는 경쟁하고, 장기적인 혁신보다 단기적 성과에 집중하는 폐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새로 도입한 평가제도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속해야 하는 것(keep doing)’과 ‘재고해야 하는 것(rethink)’에 대한 ‘건설적인 조언’을 강조한다. 제도의 이름은 ‘관점(perspectives)’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월25일 연 사내 간담회에서 “(고충을)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내 동료, 내 보스, 내 CEO에게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의 유서 형식 글에서, 카카오 직원으로 보이는 작성자는 “조직장의 괴롭힘을 상향평가에 적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상위 조직장이 내가 썼다는 걸 (해당 조직장에게) 알려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평가제도 비판 글에서 다른 이용자도 “조직장의 괴롭힘을 상향평가에 적었고 그 내용을 상위 조직장이 공유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상향평가를 유출하는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징계 사유라고 설명하면서도 3월3일 현재까지 피해자도 가해자도 찾지 못한 상태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조직장이 평가뿐 아니라 보상을 결정할 때에도 너무 큰 권한을 행사한다”라고 말했다.

 

ⓒAP Photo구글은 성과평가 시즌이 되면 건설적 피드백을 주는 방법에 관한 글이 건물 곳곳에  붙는다

 

조직 내 긴장감 높아지는 카카오와 네이버

비슷한 시기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도 성과급 결정 기준을 공개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던 한국의 양대 IT 기업 카카오와 네이버에서 조직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조직 공정성을 연구하는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수평적인 조직은 호칭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직책 대신 별명이나 ‘누구누구 님’으로 부르더라도, 막상 자신에 대한 평가 결과를 전달받는 과정이나 연봉협상 등에서 일방적이거나 부당하다거나 이해할 수 없다고 구성원들이 느낀다면, 수평적인 조직이라 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IT 기업들도 연봉제이지만, 해당 직무에 대한 시장가치가 형성되어 있다. 연봉협상 과정에서 사측이 등급과 그에 따른 연봉의 범위를 알려준다. 넷플릭스의 경우 평가와 연봉 인상은 별개다. 구글도 평가에 대한 면담과 연봉 협상은 한 달의 시간차를 두고 이뤄진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연봉제인데, 평가 등급에 따른 연봉의 범위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평가와 보상의 기준을 앞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IT 업계는 각자도생의 연봉제나 기존 기업별 노사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질서를 만들 수 있을까? 각각 2018년 4월과 10월에 창립된 네이버 노조와 카카오 노조는 기존 노조들과 달리 모든 계열사 법인을 포괄한다. 두 사측은 아직 계열사 공동 교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 노조 ‘엑스엘 리부트’ 진창현 분회장은 “김범수 의장의 5조원 사회환원도 뜻 깊은 일이지만, 그 재산 형성에 수많은 계열사 직원들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계열사 직원 중에는 최저임금을 받는 분들도 있는데, 이런 분들의 근무환경도 김범수 의장이 살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이해진의 네이버, 김범수의 카카오’가 아니지 않나.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계열사 법인에 속해 있더라도 함께 만든 성과에 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모두가 홈런을 노린다고 좋은 팀이 되는 건 아닌 만큼, 내부 경쟁으로 끊임없이 줄을 세우기보다는 좋은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평가와 보상제도를 상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사인 전혜원 기자
출처 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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