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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노조들의 노동조합 경험기

크루와 함께 성장하는 krewUnion 2020. 3. 11. 00:12
노조에 가입한 사람들은 회사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
이상적인 노사관계는 자본과 노동이 대등한 위치에서 결정하는 관계

 

커버스토리 ④ 첫 돌 맞은 신생 IT노조들의 노사관계 이야기

 

노동자 × 사용자 : 대한민국 노사관계 

노동자와 사용자. 떼려야 뗄 수 없는 이 관계를 이야기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는 갈등, 분규, 대립 등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다. 노사관계 당사자들도 한국 노사관계 정말 심각하다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늘 그랬듯 질문을 던진다. 한국 노사관계를 둘러싼 문제가 무엇인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 상대방 탓이라며 손가락질하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노사관계 당사자인 노동자와 사용자 외 다른 주체들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번 생은 처음이라. 2017년 tvN을 통해 방영한 드라마 제목이다. 드라마 방영 이후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말은 청년층에서 서툴지만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의 연속인 자신의 삶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노동조합이 생겼다.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이하 화섬식품노조)에 둥지를 튼 네이버지회를 따라 지난해 가을에는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카카오 역시 화섬식품노조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IT업계 특성상 젊은 조합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접목된 노동조합 활동은 사회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IT업계의 새내기 노조들이 1년 동안 쌓아온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판교에 위치한 넥슨 지회를 찾았다. 이날 좌담에는 오세윤 네이버지회장, 배수찬 넥슨지회장,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이 참석했다.

• 네이버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2018년 4월 출범한 네이버지회는 수직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해소하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네이버 법인의 노동자뿐 아니라 NBP, 컴파트너스, 라인플러스 등 자회사와 손자회사 노동자도 네이버지회에 가입하고 있다.

•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국내 유명 게임 업체다. 2018년 9월 넥슨은 네이버에 이어 화섬식품노조에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게임업계 최초로 노조를 설립해 당시 큰 이슈가 됐다.

• 스마일게이트는 2018년 JTBC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정해인 돌풍을 일으킨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배경이 됐다. 또한, ‘크로스파이어’라는 전 세계 동시접속 800만 명을 기록한 게임을 제작했다. 2018년 9월, 넥슨에 이어 노동조합 설립을 알렸다.

• 카카오는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지회는 IT업계 노조 중 마지막으로 합류했다. ‘크루 유니언’이라는 이름으로 2018년 10월 노조를 설립했다. 카카오지회도 자회사와 손자회사 노동자까지 가입대상으로 설정했다.

 

노조 설립 1년, 노조에 대한 생각은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이하 오) 노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노조에 대한 기존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쟁의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긴 했지만 막상 노조를 해보니 기존의 노동운동 방법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노조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이하 배) 노조는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노동자들의 모임이라 대단한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못할 거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조를 처음 만들 때 ‘노동조합의 끄나풀’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넥슨 10년차다’는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나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이하 차) 노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하고 있었다. 물론 노조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지만 발전해나가는 중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노조를 만들 때 강령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강령이 너무 오래됐는데도 불구하고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이 드러난 것 같다. 강령 이슈를 계기로 화섬의 강령이 바뀌었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이하 서) 쟁점이 없는 카카오에서 노조를 만들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다. 그런데 문제를 보지 못한 게 많더라. 노조가 해고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회 설립 후 복수노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이슈도 있었는데 결국 복수노조가 설립되지는 않았다.

재기발랄한 노조 활동, 새로움에 대한 압박도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투쟁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IT업계의 노동조합은 굿즈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것 외에 ‘우리는 이런 특별한 활동도 해봤다’ 하는 건 없나?

 업무를 멈추고 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간 것을 꼽겠다.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쟁의행위라는 것은 조합원들이 업무를 멈추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닌가? 영화를 보러 가는 건 조합원들이 업무를 멈추기도 하고 얼마나 참여했는지 출석체크도 확실하고 조합원들의 기분도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조를 잘 모르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집회를 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고 멀어지게 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건 조금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투쟁을 못해봐서 새로운 투쟁을 시도해 볼 기회가 없었다. 굳이 꼽자면, 노조에는 대체적으로 젊은층이 많아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고 싶어 한다. 커뮤니티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 데서 얘기가 활발하게 되고 있는 게 젊은층의 특징이 아닐까 한다.

 

스마일게이트지회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우리가 처음으로 한 건 고양이 마스코트를 만든 것이다. 사실 이게 엄청 굉장한 걸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지만 친숙한 이미지 자체가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노동조합에 대한 장벽을 낮춰주게 한다. 노조 내부에서 게임 용어를 써서 GM(스마일게이트는 노조 간부를 GM, 길드매니저라고 부른다)이라 표현하고 조합원도 길드원이라 이름 붙인 것 역시 길드원들 입장에선 조금 더 게임업계 이미지에 맞도록 해 장벽을 낮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형식으로 로고를 만든 건 우리가 처음이다. 앞선 노조들이 노조의 이미지를 바꾸는 활동을 보면서 ‘잘 카피해서 우리 나름대로 더 체계화를 해보자’고 생각했다. 각 지회들의 참신한 부분을 잘 살펴봐서 우리는 더 나은 방식으로 차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활동 중에 도움이 됐던 활동은 뭐가 있었나?

 기존의 활동들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농성이 효과적이었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확실히 조합원들이 왔다 갔다 하면서 보니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회사의 잘못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적했다.

 아날로그적인 게 정말 도움이 됐다.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하니까 사람들이 대하는 게 바뀌었다. 요청을 해도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큰 것 같다.

 기성노조에서 하는 건 모두 다 필요하다. 다만 시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빨간 머리띠도 매고 화섬 조끼도 입을 수 있다.

 앞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압박감이 심할 것 같다. 앞에서 이름, 로고, 마스코트를 만들었으니까 우리는 한꺼번에 다 만들어야 한다. 기존 노조들은 결과물에 경쟁이 붙는다면 우리는 결과까지 가는 과정에 경쟁이 붙는다는 것도 특색인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새롭게 하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하려는 활동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애쓰는 거다. 우리가 하려는 게 IT업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노조에 가입하도록 하는 거다.

 

넥슨지회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IT, 게임 쪽 노조가 그냥 이 업계에 생긴 노조일 뿐이지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은 아니다. 근데 언론에서는 ‘이번에 새로운 걸 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너무 많이 한다.

 계속 새로운 걸 물어봐서 스트레스 받는다. 솔직히 노조가 다 똑같지 새로운 게 뭐가 있나.

 새롭게 한다기보다는 구성원에 최적화됐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노조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은 큰 차이
처음 생긴 노조에 대해 사측은 어떻게 반응하고 인식했나?

 노동교육을 안 받은 건 노사가 마찬가지다. 그래서 노동자를 바라보는 인식이 안 좋았던 것 같지만 그동안 노조와 교섭도 하면서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카카오에서 처음 나왔던 반응은 ‘굳이 카카오에서 노조를 만들어야 하느냐’였다. 기업자체가 전반적으로 노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집단이다. 노조가 어떤 걸 할지 회사에서도 별로 고민을 안 해봤던 것 같더라. 그래서 회사도 조금 조심스러운 면은 있었다.

최근 교섭이 마무리됐다. 교섭과정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던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결론이 나긴 했지만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회사가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진지하게 네이버를 따라 쟁의를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론 잘 풀렸지만 정말 힘들었다.

 우리는 노조 가입자에 비해 전임자나 간부가 부족한 게 힘들다. 일은 늘어나는데 일할 사람은 없으니까 계속 ‘크런치(회사가 정한 마감이나 제품 출시 기간을 맞추기 위해 야근과 특근을 일정기간 동안 지속하는 것을 말한다)’다. 그래서 교섭할 때는 노사 양측이 모두 크런치다.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

 

 우리는 ‘투명소통’, ‘휴식권’ 문제를 계속 얘기했다. 휴식권, 리프레시휴가와 관련해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복지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다. 투명소통의 경우는 인센티브 지급 근거 공개나 경영상 중요한 과정에 대해 노조 측에 설명하거나 자료를 공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는 모회사만 잠정합의했고 자회사나 손자회사는 아직도 진행 중인데 교섭구조가 힘들다. 누가 봐도 모회사에 권한이 있는데 자회사 대표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한다. 그런 부분이 해결이 안 되는 게 힘들다.

 우리는 회사가 좀 느리다. 교섭 횟수가 많고 그 기간이 길었다. 준비하는 과정이 길어져서 힘든 점이 있었다. 또 우리가 아직 교섭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회사가 자회사나 계열법인 교섭에서 네이버처럼 동일한 스탠스를 가지고 나온다. 꼬리 자르기같이 협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이 어렵다.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로 있을 때와 노동조합 대표로 있을 때의 차이를 느꼈나?

 카카오만 하더라도 여러 법인이 뭉쳐 있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기업별로 진행하다 보니 다른 법인에 뭔가를 요구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노조를 만드니 모든 공동체 법인에 요구사항을 말하기가 수월해졌다.

 근로자 대표일 때는 혼자다 보니 싸울 수 없었는데 노조는 조합원들과 함께 있으니까 여차하면 싸울 수 있다. 그게 굉장히 큰 것 같다.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차이다. 근로자 대표일 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생겼다.

노사가 서로 대등한 관계가 이상적
앞으로 노동조합 운동과 노사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시나?

오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는데 자본과 노동은 동등하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회사의 소유권은 사용자가 갖는 게 맞지만 경영이나 권력 같은 건 자본과 노동이 대등한 위치에서 얘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경영 방침이나 노동자에 대한 대우, 그 모든 것들을 자본과 노동이 대등한 위치에서 결정해 가야 한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면서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 서승욱 지회장

 

 카카오는 외부에서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이미지로 보지만 사실 문화적인 풍습 정도다. 조직화된 노동자의 힘이 굉장히 중요하다. IT업계는 자본이 단기간에 성장했고 노동에 대한 고민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노조가 많이 성장해서 그런 부분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대화만으로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너무 대화가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IT업계에 대한 편견 같다.

 북유럽의 노조가 그런 방향이라고 알고 있는데 냉전체제라고 표현하고 싶다. 냉전이 성립되려면 노사가 각각 강력한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어야 한다. 언젠가는 부딪힐 수 있다는 뉘앙스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멈추면 회사도 망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회사에도 줘야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 길드원에게도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이고 전통적인 힘의 균형이다. 우리가 세지면 존중은 알아서 생긴다. 프랑스의 시민의식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노조가 굉장히 센데 프랑스에서는 노조를 존중한다. 그게 부럽다.

마지막으로 노조 설립을 망설이고 있는 다른 IT사업장에게 노조 설립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면?

 이건 산업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IT가 그렇게 연봉이 높지 않다. 생산한 부를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인데 완전히 평등하게는 못 나눠도 어느 정도 공정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 모든 IT 회사에 노조가 생기면 전체적으로 근로조건이 개선되니까 노조를 통해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노조를 만드는 게 어렵지만 우리 같은 사례들이 많이 전파돼서 좋은 영향력을 끼쳤으면 좋겠다. 실제로 한 간담회에서 어떤 대학생이 ‘노조가 있는 회사에 취직할 확률이 없어 서글프다’는 말을 했다. 노조로 인한 변화가 취업준비생에 큰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참여와 혁신 최은혜 기자
원문 http://www.laborpl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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