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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에도 노조설립.."수평적 소통 복원하겠다"

krewunion_ 2020. 3. 10. 23:46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카카오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 4월 네이버에서 시작된 정보기술(IT)업계의 노조 바람이 카카오까지 미친 셈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지난 24일 저녁 노조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카카오지회의 별칭은 ‘크루 유니언’으로 정했다. 카카오에서 노동자들을 ‘크루’라 부른 데서 따온 것이다.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자회사·계열사도 가입이 가능하다.

 

노조는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공개·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았던 회사에서 ‘소통’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노조는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졌고, 신뢰·충돌·헌신의 가치는 기성세대의 유행가처럼 입안에서 맴돌 뿐 현실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에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하여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한다”며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런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고 카카오의 중요한 결정에 크루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고, 불충분한 정보와 충분하지 않은 피드백을 통한 성과보상 방식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회사의 성장만이 아닌 크루(노동자)와 함께 성장하는 카카오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노조 지회장은 2008년 다음으로 입사해, 검색서비스 기획업무를 담당하는 서승욱(39)씨가 맡았다. 회사 노사협의회 근로자 위원이기도 하다.

 

아래는 서 지회장과의 인터뷰.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카카오는 신뢰·충돌·헌신이 카카오의 핵심 가치였다. 그만큼 수평적 소통을 강조하는 조직문화가 있지만, 지금은 수직적 조직문화가 커지고 있다. 주요 서비스를 개편할 때 사내에서 매우 많은 숫자의 직원들이 참여해 의사결정을 했지만, 갈수록 토론에 참여하는 숫자가 줄고 있다.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나 포털사이트 다음과 같은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지금은 ‘관리자가 시키면 해야 한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 그래서 직원들이 느끼는 소외감도 크다.”

 

-분사나 조직개편이 잦은데

“상장사이기 때문에 사전에 완전한 정보공유가 어렵다는 한계는 인정하지만, 분사에 대해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조건이다. 임금·노동조건이 어떻게 될지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고, 비전이 어떻게 되는지도 노동자들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데 충분한 정보공유가 안 되고 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으로 활동해왔다

“다른 회사에 비해 노사협의회 운영이 잘돼왔던 것은 분명하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유연근로제 도입이나, 사내 어린이집 설치 등 노동조건 관련 이슈가 있을 때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사내공동기구를 만들어 대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회사가 다루고픈 의제만 논의한 것에 가깝다. 회사가 의지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노사협의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노조를 통해 요구하고픈 것이 무엇인가

“네이버는 노동시간 단축과 맞물려 포괄임금제를 폐지했지만, 카카오는 폐지 의지가 없다. 또,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불만이 많은 것이 평가와 성과보상 프로그램이다. 수년째 해마다 평가의 주체·방식이 바뀌어 혼란이 크다. 평가·보상시스템에 대한 장기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노조가 회사와 교섭하면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공정한 평가·보상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고 싶다.”

 

-네이버와 같은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했는데

“정보기술 업계의 여러 회사 노동자들이 가입했기 때문에 업계 노동자들의 연대를 위해 화섬식품노조를 택했다. 이 업계가 이직이 잦기 때문에 노조가 있는 기업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 업계 전체의 노동조건을 높이고 싶다. 이미 설립한 노조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사내에서도 ‘노조가 지금 꼭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다른 회사에 비하면 소통도 잘 되는 편이고 노사협의회도 잘 운영됐던 면도 있다. 그러나, 노조는 정리해고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상처럼 회사에 존재하는 지극히 합법적인 공동체의 한 요소라고 본다. 그동안 정보기술 업계가 계속 성장국면이었고, 그런 이유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면도 있었다. 그러나 이 업계도 언제든 성장이 지체될 수고 있고 그럴수록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책임 있게 고민하고, 나의 노동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는 노조가 되겠다.”

 

 

한겨레 박태우 기자
원문 http://www.hani.co.kr/arti/economy/it/867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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